포터 로빈슨 & 메디온 - 셸터 (Shelter)

2018. 12. 22. 11:53미디어/애니메이션


의미심장한 독백을 한 뒤 꿈에서 깬 17세 소녀 린. 그녀의 방에는 곰인형 '쿠마'와 린 혼자밖에 없다. 태블릿을 확인하지만 2539일(약 7년)이 넘도록 언제나 메시지가 수신되지 않는 태블릿. 외롭지 않다며 별 일 아니라고 중얼거리면서도 린은 한숨을 쉰다.


온통 하얀색 공간으로 되어진 세계, 그녀의 방이 한가운데 있으며 하늘 위로 하얀색 빛 기둥이 쏟아져있다. 그 공간은 린이 태블릿으로 그리는 대로 여러 환경이 실체화돼서 나타나고, 린은 그런 세계의 법칙까지 좌우하며 자유롭게 그 속을 누비는 삶을 살아오고 있다. 


그 속에서 린은 그야말로 만능의 신과 다름없지만, 어느 날 자신이 태블릿으로 그려낸 적 없는 그네를 발견하고는 의아해 한다. 그 그네를 확인하려는 순간 잡음처럼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잠시나마 떠올린다. 하지만 린은 그 기억을 생각하려 하는 것 자체가 괴로운 듯, 애써 잊어버리려고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가끔씩 꾸는 꿈 속의 수수께끼의 천체의 편린을 엿보는 등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때때로 나타나는 기억의 흔적들이 린의 마음을 어둡게 하곤 한다. 그런 가운데 계속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지만 다시 시간이 흘러 2578일이 넘도록 메시지는 0인 가운데 언제까지고 혼자인 현실 속에서 린은 더욱 고독으로 지쳐간다.


그러던 어느 날, 태블릿이 멋대로 마을과 같은 어떤 공간을 그려내기 시작하면서 린의 기억들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의 린은 다정한 아버지 시게루와 함께 단둘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지구는 바로 옆까지 다가온 소형의 목성형 천체에 의해 서서히 멸망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시게루는 린과 함께 지내는 일상 속에서도 우주를 항해할 수 있는 소형의 우주선을 설계, 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멸망의 순간이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아직 어린 린을 우주선의 가상현실 시뮬레이터에 물리적으로 연결시켜 탑승시키고는 지구 밖의 우주로 탈출시킨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린의 옆 우주선 내부 유리에 목성형 천체와 지구가 충돌하는 모습이 비춰진다. 


즉 현실의 린은 멸망한 지구를 뒤로 하고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도 없는 우주선 속에서, 바로 옆에 어린 시절 아버지가 선물해준 곰인형 하나만 남은 채 기약없는 가사 상태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모든 기억을 떠올린 린은 흐느끼지만, 그 순간 메시지가 없던 태블릿에 아버지 시게루가 미리 예약해둔 메시지가 전송된다.


원작: 포터 로빈슨 (Porter Robinson)

음악: 포터 로빈슨과 마데온 (Porter Robinson & Madeon)

스토리보드 애니메이션 감독 : 토시후미 아카이 (赤井 俊文)

캐릭터 디자인 감독 : 코우노 메구미 (河野 恵美)


홈페이지 : http://sheltertheanimation.com/